전 친구들보다 군대를 좀 늦게 다녀왔습니다.
마냥 두렵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미루다 미루다, 결국 23살에 입대했어요.
대부분 남자분들도 다 같은 생각이시겠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한것보다 그렇게 부조리가 엄청 심하지도 않고 , 나름 재밌게 다녀왔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2년정도 보내고 올해 5월에 전역했습니다.
그 후로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면서 얼마 되진 않아도 적금도 들고 살고 있는데요.
이 이야기는 제가 전역하고 7월달쯤에 알바를 했던 매장에서 겪은 일입니다.
정확히는 선술집이였습니다.
근무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 12시 30분까지 였습니다.
가끔 손님이 좀 많은 날에는 1시까지 연장을 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홀 서빙은 저 혼자 맡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매장 위치가 애매해서 그런지 손님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닌지라
서빙은 혼자해도 무난할 정도였거든요.
뭐, 가끔 단체 손님이 있는 날엔 사장님이 도와주시는 편이긴 한데
워낙 술을 좋아하셔서 월요일에서 금요일중 3일은 친구분들을 불러서 매장에서 술을 드셨습니다.
그리고 그 날도 어김없이 사장님이 친구분들을 불러 술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카운터 바로 뒤에 위치한 테이블에서 말이죠
그러니, 제가 포스를 보다가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테이블에 사장님이 계셨습니다.
한 저녁 7시쯤 되었을 때
손님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저희 한 10명정도 되는데, 자리 있나요?"
라고 물어보시길래 안내 해드렸습니다.
그 손님이 오기 전까지 매장은 텅텅 비어잇었거든요.
사장님이 계신 곳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렇게 단체손님 한 팀 받고 서빙하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시 앉아서 쉬는데, 또 단체 한 팀 더 들어오더라구요.
이번엔 20명정도 된다고 하셔서 테이블을 여러개 붙여드렸습니다.
근데 이 단체 두팀을 혼자 커버하기 힘들다는걸 사장님도 아시니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도와주시더라구요.
하지만 그 두팀 모두 12시가 되기 전에 일어났습니다.
처음에 한 11시쯤 되니 10명이였던 단체 손님이 먼저 계산을 끝내고 갔어요.
저는 혼자 테이블을 치웠습니다.
그리고 있으니 주방장 형이 손님이 더이상 없을 것 같고 지하철 시간때문에 먼저 퇴근하셨습니다.
그러니 단체 한 팀만 남은거였죠.
그때까지는 별 생각 없었습니다.
사람들도 북적북적 대고, 노래 소리도 크게 들리는데다가 TV도 켜놨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매장에 손님들이 모두 빠진 뒤 일어났습니다.
11시 30분이 조금 넘으니 나머지 단체손님들 일어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혼자 생각했죠.
'아 ! 오늘은 1시까지 연장근무는 안해도되겠다~'
12시가 넘어서 퇴근을 하면 사장님께서 택시비를 지급해주시겠다 하셨지만
어차피 12시 넘어서까지 지하철을 다니니까요.
거기다가 새벽1시에 끝나더라도 그냥 돈도 아낄 겸 걸어서 갔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지하철 끊기는 시간에 퇴근하는 것만 아니면 크게 상관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테이블을 치우려고보니 확실히 10명이 먹은 테이블과는 달리
20명이 먹은 테이블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이걸 언제 치우나 생각하며 설렁설렁 치우고 있는데,
그때 사장님도 일어나셨습니다.
먼저 가보겠다며 , 잘 정리하고 퇴근하라고 말이죠.
어차피 매장 열쇠가 저한테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 알겠다고 들어가시라고 인사드리고 다시 치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나가고 나니 괜히 뜬금없이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사장님이 나가면서 일 덜어주신답시고
TV랑 노래등을 끄고 가셔서 그런지 몰라도
조용하게 매장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좀 섬뜩했습니다.
얼른 치우고 가야겠다 싶어서 혼자 단체빠져나간 테이블을 싹 치우고
그릇은 주방에 갖다두고 컵만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지막으로 사장님이 앉아계셨던 자리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테이블 정리를 끝내고 의자도 밀어넣고, 쓰레기도 비워야하는데
그냥 얼른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대충 살펴보고 포스 전원을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았는데,
사장님이 앉아계셨던 테이블 의자가 하나 나와있더라구요.
분명 방금 정리했는데 말이죠.
마치 앉으려고 한듯 뒤로 슬쩍 나와있는데 너무 무서워서 아무 소리도 안나오더라구요.
멍하니 그자리에서서 있는데,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고, 그저 한가지 생각만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얼른 나가야겠다.'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퇴근 카드만 찍고 불 다 끄고 문잠그고 바로 내려왔습니다.
아무리 생각을해도 분명 그 자리는 방금 치우면서 의자를 다 밀어넣었는데,
하나만 나와있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잖아요.
다음 날 출근해서 사장님께 말씀을 드려봤습니다.
어제 마감을 하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의자 나와있지 않았냐고말이죠.
그랬더니 손님 받느라 정신없어서 못봤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냥 의자를 하나 까먹었겠지 하며 생각하고 넘기려 했습니다.
근데 사장님이 한마디 말씀하시더라구요.
전에 알바 한명이 말도 없이 관뒀다며 이야기해주지 않았냐고,
그 친구가 너랑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혼자 마감하는데 기분이 너무 섬뜩하다는 이야기를 한번 한적이 있었다고 말이죠.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거지만 이 건물이 예전에 화재가 한번 났었는데,
불난 집에서 장사하면 대박난다고해서 여기로 자리잡은거라며
무속쪽으로 예민하거나 밝은편이면 그만둬도 된다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구요.
그 이후로 계속 혼자 마감 할때마다 사장님이 하신 말씀도 떠오르고
너무 무서워서 일주일 정도 버티다가 결국 그만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