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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구인 광고"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4029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3 오후 6:05:13
한 2년 정도 된 일이다.
여행을 가고 싶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을 때였다.
너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구인 광고를 뒤져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하는 데마다 다 퇴짜를 맞는 것이었다.
성질이 나서 방바닥에 드러누워 몇 권이나 모아온 구인 잡지를 신경질적으로 뒤적였다.

‘불경기는 불경기인가 보군.’

전기라도 아껴야겠다 싶어 불도 안 켜고 우두커니 있으니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곧 질 듯 말 듯 한 석양 빛이 새어 들어왔다.
방바닥에 창틀이 비쳐 늘어지는 그림자가 꼭 십자가 모양 같았다.
멀리서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려오고, 질끈 눈을 감으니 옆집에서 저녁밥을 짓는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컵라면이 있었던 게 생각나서 몸을 일으키다가 어수선하게 늘어놓은 구인 잡지 가운데 하나가 우연히 책상에 펼쳐졌다.
얼핏 보니까 지방의 어느 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내가 여행으로 가 보고 싶었던 그 지방이었다.
자세히 봐 보니 여름 휴가철 단기 알바로 시급은 그닥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숙식 제공을 해준다는 것에 솔깃해졌다.
그때는 쭉 컵라면만 먹고 살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집밥이 너무너무 그리웠던 시절이었던 데다 딱 내가 가고 싶었던 바로
그곳이었으니까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들뜬 마음으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감사합니다. □□여관입니다."

"아, 저기··· 구인 광고 보고 전화드리는 건데요. 혹시 아직 못 구하셨나요?"

"아, 그러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마도 여관 주인인 것 같은 낮은 목소리의 남자와 작은 소리로 뭐라고 대화하는 게 들려왔다.
그게 뭐라고 대답을 기다리는 데 뭔가 조마조마한 게 두근거렸다.

잠시 후에 ‘딸가닥’ 하고 수화기를 집어 드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주인인 듯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르바이트 구하신다고요?"

"네. 구인 광고지에서 봤는데요, 거기서 꼭 일하고 싶습니다."

"아, 그러세요? 저희야 감사하죠. 언제부터 일할 수 있습니까?"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부터라도 바로 와 줄 수 있겠습니까? 실례지만 성함이 뭐죠?"

"K라고 합니다."

"네. 그럼 K 씨, 빨리 와 주십쇼."

그렇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그때는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전화를 걸 때 메모를 하는 대신에 전화 내용을 녹음해 놓고
다시 재생하여 들으면서 필요한 것을 받아 적었다.

"음··· 숙식 제공이니까 옷가지와 여러 가지를 챙기고··· 보험증도 필요하다고 했고···."

이런저런 것들을 적다가 여관의 구인 광고 페이지를 슬쩍 봤더니 그 여관의 사진이 있었다.
흑백 사진이었는데 아늑하고 소담한 게 자연에 둘러싸여서 제법 괜찮은 곳이었다.
이렇게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했고, 게다가 그게 내가 가고 싶었던 곳에 있기까지 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컵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콧노래도 뭔가 이상한 느낌···.

해는 어느새 져 버리고, 열려 있던 창문으로 한여름의 뜨겁고 눅눅한 바람이 들어왔다.

‘조건도 좋고, 돈도 벌면서 여행도 할 수 있고, 여자 친구도 생기겠지. 여관이면 여자를 만날 기회도 많을 거야.’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나는 컵라면을 휘저으면서 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깨달았다.
어둠 속에서 창문의 유리가 꼭 거울처럼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전혀 기쁜 얼굴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정말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청 우울한 표정이었다. 창문에 비치는 뭔가 폭삭 늙어 버린 듯한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심한 두통에 눈을 떴다.

"열도 많이 나고··· 감기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이를 닦았는데 잇몸에서 피가 주르륵 흐르는 것이었다.
그때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 밑에는 선명하게 먹으로 그려 놓기라도 한 것처럼 진한 다크서클에,
안색은 안 좋다 못해 아주 새하얗게 질린 듯했다.
아르바이트를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젯밤에 이미 준비도 다 해 놓은 상태였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때 전화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여관입니다. K 씨입니까?"

"네. 지금 준비하고 나가려던 참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디 아프십니까? 목소리가 좀···."

"죄송합니다. 감기인 것 같아요."

"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여기 도착하면 일단 온천욕이라도 하세요.
첫날이고 하니까 쉬엄쉬엄 합시다. 그렇게 바쁘지도 않으니까요."

"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집을 나섰다. 어쩜 이렇게 친절할 수가···. 정말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이제는 한기마저 드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나서니 현기증까지 났다.
‘어떻게든 일단 여관까지만 가자.’ 하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돌아보기까지 할 정도로 비틀거리면서도 역을 향해 힘겹게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던 나는 그 몸에 비까지 맞으면서 가게 되었다. 심하게 기침도 하기 시작했다.

‘아··· 빨리 여관에 가서 쉬고 싶다···.’

흠뻑 젖어서 역에 도착해 표를 샀는데 그때 내 손을 보고 진짜 깜짝 놀랐다.
엄청 거칠거칠했다.
젖어 있는데도 피부에 주름이 쩍쩍 갈라진 게 꼭 노인네처럼···.
이래가지고 여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으려나 걱정하면서 난간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힘겹게 계단을 올라갔다.
도중에 몇 번이나 쉬면서 올라갔는지···.

차가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었다.
벤치에 쓰러지듯 주저앉아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목소리도 갈라지고, 팔다리도 저리고, 파도처럼 두통도 밀려왔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데 발밑에 피가 떨어졌다.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아 냈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

‘빨리 여관에··· 가·····.’

이윽고 전철이 굉음을 내며 홈에 미끄러져 들어오고 문이 열렸다.
바쁘게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겨우 엉덩이를 들어 올리려는데 허리가 장난 아니게 아팠다.
뒤뚱거리며 겨우 전철을 타고 문 옆의 손잡이를 잡았는데
갑자기 전철 안에서 마귀 같은 얼굴을 한 노파가 달려들었다.

"쿵!!"

나는 전차 밖으로 나가떨어져서 바닥에 굴렀다.
노파도 조금 비틀거리더니 다시 덮쳐왔다.
그렇게 그 노파와 엎치락뒤치락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진짜 눈물이 났다.
상대가 노인이었는데도 내 손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왜 이러세요! 저 저거 타야 한단 말이에요!"

"왜?! 무엇 때문에!!"

노파가 내 얼굴을 바닥에 짓누르며 물었다.

"윽··· 여관··· 에···."

곧 역무원들이 달려와서 우리를 떼어 놨고, 열차는 출발해 버리고 말았다.
나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주저앉아 있었다.
그 노파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놈은 걸려들은 거야! 위험할 뻔했다."

그러고는 노파는 어디론가 가 버렸다. 역무원들에게 전후 사정을 말했는데도 나는 쫓겨나고 말았다.
역을 나와서 하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몸 상태가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었다. 목소리도 돌아왔고,
거울을 보니 혈색도 좋았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짐을 내려놓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역시 여관에 못 간다고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했다.

"없는 번호이니 다시 확인하시고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응? 다시 잘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봐도

"없는 번호이니 다시 확인하시고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이 번호로 아침에도 전화가 왔었으니 말이다.

"이상하다···. 이상해···."

그때 어젯밤에 통화 내용을 녹음해 놓았던 게 생각났다.

"·····네, 감사합니다. □□여관입니다."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했다. 분명 젊은 여자였던 것 같은데 목소리가 낮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 저기··· 구인 광고 보고 전화드리는 건데요. 혹시 아직 못 구하셨나요?"

"아, 그러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음? 거기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다시 되감고 소리를 크게 틀어 봤다.

"아, 그러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추··· 추··· 어··· 죽····· 거··· 가··· 아···."

다시 재생.

"····· 추··· 어··· 어··· 주····· 가··· 타·····."

다시 재생.

"추워···. 얼어 죽을 것 같아···."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그 뒤에서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도 났다.

"으악─!!!"

식은땀이 났다. 나는 얼른 전화기에서 물러났다. 녹음된 소리가 그대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그러세요? 저희야 감사하죠. 언제부터 일할 수 있습니까?"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분명히 기억나는 대화 내용이긴 했다.
그런데 나는 분명 그 이야기를 어떤 아저씨와 했던 것 같은데
그 목소리는 꼭 땅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럼 K 군, 빨리 와 줘요."

거기서 통화는 끝났다.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밖에는 부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계속해서 또 녹음된 내용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바로 오늘 아침에 통화했던 내용···. 이번에는 처음 듣는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네. 지금 준비하고 나가려던 참입니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죄송합니다. 감기인 것 같아요."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식겁해서 전화선을 뽑아 버렸다. 마른침을 삼켰다.

"뭐야···. 뭐야, 이거···. 어,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손에 구인 잡지가 잡혔다.
부들부들 떨면서 그 페이지를 찾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손이 마구 떨렸다.
분명 깨끗했었는데 그 여관이 실린 한 장만 쭈글쭈글하게 구겨져서 얼룩덜룩했다.
아무리 봐도 거기만 엄청 오래된 종이 같았다. 꼭 수십 년은 묵은 아주 오래된 잡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완전히 불에 타 버린 뒤의 여관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기사가 쓰여 있었다.

[30여 명 사망. 부엌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
주인으로 보이는 사체가 부엌에서 발견된 점을 미루어 보아,
요리를 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보임. 투숙객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화재로 사망.]

‘이게··· 이게 뭐야·····. 구인 광고가 아니잖아···.’

목소리조차 나오질 않았다.
구인 잡지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머리가 저려오고, 몸은 돌덩이처럼 굳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비가 그쳤다. 순간 무서울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 나를 감싸 안았다.

"따르릉"

그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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