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4년 경 어느 날
지방에 잠시 머물러 있었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서울에 올라왔다며 연락을 줬습니다
평소 PC방에서 놀다 배고프면 밖에 나가 밥먹고 다시 PC방 와서 놀고 그러던 시절이라
같이 즐기던 게임에서 고수들 많기로 소문 난 서울대 쪽 PC방에 가서 장시간 놀았죠.
그 PC방이 좋은게 테이블이 따로 하나 마련되어 있어서 놀다 밥 먹기 좋았습니다.
친구랑 그렇게 게임 좀 하다가 배가 고파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가 너무 무서워서 올라왔다고 뜬금 고백을 하는 겁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녀석이 지방 어디에서 머물고 있었는지 잘 몰랐는데 대전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당시 유로2004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을 때인데, 혼자 축구경기 보다가 잤다는 겁니다.
그렇게 한참 꿀잠을 자고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잠결에 받았는데 대화 내용이 대충 이렇습니다
친구: 여보세요?
상대: 어 잘 지내냐?
친구: 응
상대: 요즘 뭐하는데?
친구: 어 그냥 있어
상대: 일은 하냐?
친구: 어 그냥
상대: 너는 연락이 잘 없냐?
친구: 응~ 미안
뭐 대충 이런식으로 잠결에 무심코 답하다 목소리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근대 누구냐고 물어봤답니다.
그랬더니 상대편이 "어~ 나 진우(가명)야"라고 했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 했을 때 머리가 쭈볏서고 소름이 돋아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진우라는 녀석은 군대에서 수류탄 훈련 중 사고로 죽은 동창생이거든요
친구 녀석은 상대가 자기를 밝혔는데도 무심결에 대화를 좀 더 이어가다가 불현듯 진우가 누구였었는지 인지가 됐답니다.
비몽사몽간에 갑자기 너무 무서워졌고 이게 꿈인지 생신지도 분간이 안되서 뭐 상환판단이고 자시고 그냥 더 깊이 자야겠다며 자다가
일어나자마자 통화 내용이 생각나서 너무 무서워 친구 만나러 서울로 올라와 저를 만났다는 거죠.
훈련 중 죽었다는 진우라는 녀석은 우리 둘 다에게 학교다닐 때 그리 친하게 어울리지 않았던 녀석입니다.
평소라면 입 밖에 꺼낼 이름이 아니죠. 단지 당시로부터 한 2년 전 쯤 저하고 진우라는 녀석의 연이 닿는 일이 있었습니다.
좀 복잡한데, 제가 공고를 나왔습니다. 진우랑 저는 같은 과에 같은 반이었습니다. 근대 진우라는 녀석은 다른 과 녀석들과 많이 어울렸죠.
그리고 진우가 어울린 다른 과 녀석들 사이에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진학한 제 불알친구가 있었습니다.
이런 인연 탓에 진우라는 녀석이 사고를 당했을 때 진우랑 졸업 후에도 만나왔던 다른 과 녀석들이 저한테 가장 먼저 연락을 한거죠.
저희과, 저희반 녀석들 중 가장 먼저 연락을 받았다는 책임 때문에 저는 담임부터 반장이었던 놈까지 수소문해 연락 돌리고 그랬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책임이라는 것 때문에 군부대 영안실까지 갔고 화장하는 것까지 보고 올라왔죠.
그 이후 친했던 녀석도 아니라서 잊고 지냈는데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 정도만 알고 있던 친구 입에서 천만 뜻밖에 갑자기 진우라는 이름이 튀어나와 너무 깜짝 놀랐죠.
그렇게 PC방에서 둘이 "와~ 이게 뭔 일이냐?"라며 소란을 떨고 있었는데
저한테 갑자기 뒤통수를 때리는 무서운 사실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대전?? 대전? 대전이라면..... 대전국립묘지!!!!!!!!!!"
야 18 진우가 묻혔다는데가 대전국립묘지야!!!
이 사실을 전혀 알리 없었던 친구가 경기를 일으키며 18 내 방 창문만 열면 보이는데가 대전국립묘지야!!!!!!!!!!!!!
정말 우연치고는 이리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우연이 또 있을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오랜만에 친구가 가까이 와 반가웠던 것일까?
암튼 귀신 비스무리한 경험담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지금도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었는지 믿기지 않는 귀신 경험담입니다.